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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지하철에서 거지가 인정한 나 / 돈없어요~

by 야야곰 2009.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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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전 퇴근길에 너무 지쳐서 노약자석에 앉았다.  좀 오래 서있으면 다리가 절여 오기 때문에 아직은 앉을 나이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자리가 많이 비는 시간이므로 조금 부끄럽지만 앉았다. 내앞에 나보다 조금 나이가 더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앉았는데 노인은 역시 아니였다. 이시간때는 좀 비어가는 노약자석이다.

 그런데 몇 정거장 갔을까 한 할머니가 지나가면서 뭘 사란다. 거지인듯 발 바닥은 다 갈라지고 엉망인데 내 앞자리의 사람들에게 강제로 물건을 사라고 강요하고 다친 다리를 보여주고 뭐 그러고 있다. 좀 지나지 않아 내앞에 손을 내밀었다. "돈 없어요~" 하니 척 보더니 알아보았단다. 바로 내 옆에 서 있던 젊은 남녀 무리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청년 남녀가 한다는 소리가  "저희가 돈있어 보여요 돈 없어요~" 하는거다. 딱 봐도 돈있어 보이는데 말이다. "고얀놈..."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왜냐면 방금전 여학생에게 좀 있다는듯 자랑하듯 뭐 사줄까 어쩌고 저쩌고 한걸 내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 할머니 다시 손을 내밀고 강매를 시도한다.  그리고 집에 왔다.

 며칠후 갑자기 이날의 사건이 생각났다. 아니 그 할머니가 보기에 정말 내가 돈 없어 보였나보다. 불쌍해 보였나 보다. 한마디로 인정을 받다니.., 이거 좋아해야 하는건가  기분 나뻐해야 하는건가?

 결혼도 했고 벗고 다니는거 아니라면 뭐 새옷, 좋은것 필요 있나?  멋을 내고 다녀야 하나?  내가 너무 후진가? 염색이라도 할까? 별의별 생각을 다해본다.  몇년전에도 교회 휴게실에서 앉아 있을때 누군가 날 노숙자로 오해한적도 있지만 말이다.

 한 젊은이가 옆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노숙자 인가봐~ 10년째 입고 있던 잠바때문이였을것이다. 속으로 웃었다 "야~ 나 아냐 임마~ 나 집있어"

내인생 왜이리 불쌍한거니..왜?

남들 처럼 양복을 꼭 입고 다닐까? 이고 뭔 사치냐 그게 ..,

한복으로 두루마기를 하나 장만할까?  뭔 도 닦는다고 .. 오해 받을라... 대한민국 참 남 눈 많이 의식해야 살수 있는 나라같다.



+ 이글 쓰고 두루마기를 한나 살까 하고 인터넷 쇼핑을 보니 와 멋진 개량  두루마기가 있는겁니다. 가격도 좋고 아 그런데 겨울용이랍니다. 겨울 다 지났는데 말입니다.  ㅋㅋㅋ 개량두루마기라 이건 낡아도 도닦는줄 알고 넘어가겠더라구요. 노숙자가 두루마기 입지 않으니까요.


돈없다는걸 인정 받은 중년 도시남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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