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Church

누가 냉장고 인지 모른다고 냉장고라서 써 놓았을까?

디디대장 2011. 1. 1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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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를 하기 위해 사무실 한곳에서 밥을 먹는데 썽렁한 분위기를 깨기위해 누군가 말했다.  '누가 냉장고인지 모른다고 냉장고라고 써 놓았습니까? ' 모두 킥킥 거리며 웃었다 웃기지 않는가~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냉장고 말이다.

 사실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냉장고"는 불행한 냉장고다. 아주 오래되었다는 것 외에도 냉장고로서의 역활을 하지 못하고 수납공간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전기를 연결해 놓았으니 약간 시원할것 같은 느낌만 있는 이름뿐인 냉장고다.  고쳐쓰지 하시는분, 사실 저 냉장고는 버려야 하는데 고치는 것도 아까운 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불평하는 소리를 매일 듣고 살아가는 냉장고다. 그래서 이 냉장고를 행복과 기쁨이 넘치게 해 주고 싶었던거다. 남들이 완전한 기능도 못하는 한심한 냉장고라고 말하지만 나 만큼은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좋은 냉장고라고 불러주고 싶었던거다.

 행복과 기쁨을 전해주면 이 냉장고는 행복해 질거라고 믿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런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냥 같이 킥킥거리고 웃었다.  왜냐하면 농담으로 한 말에 정색을 하고 대답하는것도 참 웃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몇달전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이 하도 울상이여서 여기 저기에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복사기, 프린터기, 화장실까지 붙여 놓았는데 아무도 그게 뭘 말하는지 모르는것 같다.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면 물건들이라고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던거다. 아니 이름이라도 그렇게 불러주고 싶었던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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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불평하지 말라는 의미도 포함해서 붙여 놓은거였다. 내가 얼마나 이뻐하고 사랑해 주려고 노력하는 물건들인데 능력이 부족하다고 좀 잘 못한다고 불평을 자꾸 하면 잘하려다가도 못하게 될까 염려가 되어서였다. 또 그 기운들이 사람에게까지 전달된다는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물건부터라도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습관과 동기부여와 노력이 결국 이 안의 사람까지 변하되기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에서였다.

 결국 아무런 효과도 없이 종이가 낡아서 글씨까지 흐려지고 붙여 놓았던 풀기운이 떨어져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가을 낙엽같아 보인다.  누군가가 어느날 확 떼어 버릴것 같다.

칭찬을 한마디 하면 뭐하겠는가 수십명이 악담을 해 버리는걸..., 결국 냉장고는 자살을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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