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지하철을 좋아하지 않아서 항상 일찍 출근한다. 일찍 출근하다 보니 앉아 갈 수도 있다. 벌써 직장을 옮긴 지 3년이나 되었다. 하지만 1년 사이 체중이 15kg이나 늘어나서 옷들이 다 작고 외투를 벗어야 하는 날씨지만 벗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30kg이나 감량했는데 반이나 요요가 온 거다. 지하철에 앉아 있으면 와이셔츠의 단추가 벌어지면서 서로 잡아당겨서 우스운 꼴이 된다. 다행히 넥타이를 하고 있어 조금 가려질 뿐이다.
다 뚱뚱해서 생기는 일일 거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앉아서 출근하면서 회사 업무를 확인하고 스마트 폰으로 관련된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릴 때쯤 된 것 같았다. 옆에 있는 아가씨인지 젊은 여자와 살짝 발꿈치 접촉이 있었다. 아주 살짝이라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그냥 쳐다도 안 보았다. 스마트폰으로 업무 처리하기 바쁜 상황이었기에 더욱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옆에 앉은 아가씨가 재수 없다고 생각하겠지 했다. 왜냐 난 50대 아저씨고 자기는 아가씨니까 ~ 늙은 게 죄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그 옆에 아가씨 내리려고 일어나면서 다시 내 팔꿈치를 쳤다. 한 번씩 주고받은 거니 둘 다 실수한 거니 그때도 뭐 그런가 했다. 그런데 일어나서 나가면서 내 무릎을 자기 무릎으로 두 번 치고 나가는 게 아닌가 항의의 표시 같았다. 아니 자기가 움직이면서 쳐놓고 뭐 하는 짓인지 나도 기분이 아주 안 좋았다. "왜 저래 기분 나쁘게~"라고 작게 혼잣말로 불쾌함을 들어냈다. 그리고 나도 내리는 위치라서 따라 내렸다. 그리고 그 뒤를 밟았다. 사실은 가는 방향이 같았다.
아마도 매일 출근하면서 마주칠 사람인데 참... 난 얼굴도 못 보았는데 그녀는 아까 줄 서 있으면서 내 뒤통수를 10분을 보았을 거니 내일 아침부터는 날 보면 피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내가 뭘~ ". 이게 다 뚱뚱해서 일어나는 일일 거다.
아마도 앉아 있었을 때도 내 존재만으로도 불편했던 것 같다. 물론 난 최대한 조심하지만 말이다. 내가 젊고 잘생긴 남자였다면 아마 다른 표현을 했을까 하는 노인네스러운 생각을 해 본다. 아냐 젊고 잘생겼어도 뚱뚱하면 같은 취급받는 거야~
나도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네도 살 좀 빼야겠다"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뚱뚱한데 성질도 있으면 걱정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내 처음 스쳤을 때 "죄송합니다" 했으면 될 일였는데 다시 스쳤을 때 아가씨도 "죄송합니다" 했다면 아마 기분 나쁠 일도 더 이상 안 생겼을 거다.
이제 이 둘은 아침마다 비슷한 사람을 볼 때마다 경계심을 가져야 하고 어느 날 옆에 앉은 아저씨나 아가씨를 그 사람으로 오인하고 대판 싸울지도 모를 일이다. 이게 다 뚱뚱해서 그런 거다. 그러니 살을 빼자~ 뺄 이유가 충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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