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 한 사람이 출장을 다녀왔는데 3일 동안 설거지를 안 한 아내 때문에 이혼해야겠다고 떠든다. 맞벌이가 흔한 요즘 시대에 부부싸움의 대부분은 돈 문제가 아니라 가사 노동인 것 같다.
오래 산 부부도 척하면 척이라는 고수들이지만 그래도 먹고 남은 설거지, 어느 날 갑자기 둘 다 귀찮고 짜증이 나 서로를 쳐다볼 수 있는 일이다.
어린아이처럼 찡찡 거리는 그 사람에게 "이혼해 어찌 그러고 살아~"하고 장난을 쳤다.
사실 충분이 공감이 가는 일이다. 우리 집은 다행히 10년 전쯤 장만한 식기세척기가 있다. 5분이면 할 설거지 1시간 걸리는 식기 세척기 누가 쓰나 싶겠지만 가끔 모두가 설거지하고 싶지 않은 날, 식기세척기는 효자 노릇한다.
그 비싼걸 왜 사냐고 할 것이다. 정신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가정 필수품이다. 로봇 청소기와 비슷한 거다. 청소를 모두 맡겨 놓을 수는 없지만 그 녀석이 작동하고 있다면 뭐랄까 괜히 흐뭇한 것 같은 거다.
애완동물(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같은 거다. 먹이 주고 치워주고 귀찮은 일이지만 요 녀석들의 애교와 눈빛에 그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키우고 있는 것 같은 거다.
가족도 마찬가지인 거다. 대부분은 짜증 나게 하지만 "집 사람은?, 남편은?, 애들은?" 하고 누가 물어보면 "짜증이지"라고 말하겠지만 내심 행복인 것처럼 말이다.
이고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평범한 일상 속에 행복이 있는 거다.
내 직장에서의 짜증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 내 집에서의 짜증을 들어줄 직장이 있다는 것, 내 혼잣말을 들어줄 애완동물(반려동물)이 있다는 것, 행복은 이런 것들이 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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