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이다 오랜만에 모임에 간다고 잔뜩 멋을 내고 나간 아내가 저녁때 돌아와서 씩씩 거린다. 왜? 하니까
버스 안에서 맨 뒷자리가 비어서 앉았는데 옆에 앉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손을 허벅지 옆에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옆에 원피스를 입은 여자 입장에서 그 손이 손이 아니라 흉기로 보인다. 그래서 얼마 안 있다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사람이 진짜 일부러 그런 걸까?라고 나에게 물어본다.
"보통 자기 무릎이나 팔짱을 끼고 있지 누가 그렇게 앉냐? 뭔가 의도하지 않고는 절대 안 그런다"라고 했다.
그리고 보니 그 녀석이 울 아내를 성폭력 한 거다.
성폭력이 더 나쁜가 성추행이 더 나쁜가? 잘 몰라서 나도 마구 섞어 써 왔는데 방금 사전을 찾아보니 성추행은 강간과 같은 짓을 했거나 성적 희롱을 한 경우를 말하고 성폭력은 포괄적은 말로 막연한 불안이나 공포까지를 포함한 거란다. 난 반대로 알고 있었던 거다.
아니 뭐 그 남자의 손이 닿은 건 아니고 바로 가방을 그 남자와 자기 사이에 끼어 넣었단다. 그래도 불쾌해서 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 한다. 자리가 비어 있는데 일어나야 했으니 얼마나 분했을까? 성질 확 났을 거다.
만약 닿았으면 욕을 하면서 내리려고 했단다. 그래서 "그러다 따라 내리거나, 그 남자가 더 심한 욕을 하거나 널 미친년이라고 떠들거나 했으면 조용히 집에 못 왔다. "그럴 때는 그냥 아무 말 없이 내린 게 잘한 거야 사납게 굴다가 진짜 나쁜 놈 만나면 큰일 날 수 있으니까 내리면서 욕하는 건 별로 안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하고 나서 내가 생각 못한 게 있다. 남자는 항상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한다. "얼마나 놀랬냐.. " 뭐 이런 위로가 필요한 건데 별로 시원찮은 해결책만 내놓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왜 그 옷을 입고 나갔어" 그리고 "왜 저녁까지 놀다 들어와"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역시 난 그냥 옛날 남자인가 보다.
이해가 안가는건 멀쩡하게 정장하고 왜 그런 짓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양복이 위장복인건가 아니면 성욕이 넘쳐서 머리가 돌았나 하여간 남자들이란 못 말리는 존재인건 확실하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나도 남자이니까. 얼마전 "남자의 이상형은 처음 본 여자다."라고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온 어느 개그맨의 말이 자꾸 생각이 난다. 정말 핵심을 찌른 말이다. 오늘 그 이상한 남자 내 아내가 처음 본 여자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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