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곰 경험

딸 같은 아들 키우기

디디대장 2008. 11. 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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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션 7 타임캡슐 편지 쓰기

 오늘 아는 사람이 아이가 몇 살이냐 몇 명이나 물어 왔다.

"한 명입니다."

"아이 하나 더 낳죠? "

"너무 늦었어요. 나이 차이가 나서요~  첫째가 아들이다 보니 아내가 더 낳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엄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나중에 딸이 없으면 엄마 마음 딸이 알아주는 건데 외로울 거다 정도다. 

 간혹 애교 많은 아들을 보고 난 딸 같은 아들이라고 부른다. 혹은 이쁜 아들~ 요즘은 점점 사내아이 기질이 나와서, 아빠랑 호흡이 딱딱 맞을 때면 엄마가 서운해할 것 같아서  귓속말로 야~ 아들~ 엄마는 여자야, 기운 센 여자 그러니까 엄마 기분 나쁘게 말하지 마~

 몇 달 전부터 아들은 엄마로부터 독립했다. 그리고 아빠랑 잔다. 한방에서 자는데 아빠랑 잔다는 표현이 웃기지만 사실이다. 그게 분명하게 구분이 되는 상황이다. 요를 두 개 깔면 아빠와 아들이 한 요에 자고 다른 하나에 엄마가 잔다. 이젠 더 이상 엄마 찌찌도 안 만지려 한다. 언제나 안 만질까 걱정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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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아빠 안자 ~ 하더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이젠 남자아이다운 면이 많이 보인다. 아마도 이젠 엄마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남자아이인가 보다. 드디어 아빠인 나에게 기회가 오는 것 같다. 그동안 사실 엄마의 과보호로 아이가 너무 여성스러운 것이 좀 걱정이었다. 아직도 엄마는 아이를 여자아이 키우듯 하려 한다.  그때마다 의견 차이로 조금 냉기가 흐르기도 한다. 엄마의 역할이 끝나가는 서운함은 알지만 이젠 아빠에게 넘겨줄 때가 된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저런다.

 오늘 저녁을 먹을 때도 엄마의 잔소리는 끝이 없다. 빨리 먹어라. 이것도 먹어라, 저것도 먹어라 드디어 아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왜 자꾸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엄마도 이것 먹어, 빨리 먹어 하고 아들이 엄마에게 잔소리를 이용해 공격을 했다. 엄마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순간 당황한 거다. 

 내 그냥 혼자 먹게 두라고 해도 엄마는 물고기는 뼈를 발라서 아들 가까이에 놓아주고 또 맛있는 것이 있으면 먹기 좋게 잘라서 아들 가까이 밀어 넣기도 했다. 그렇게 신경을 써주는데 아들은 잘 안 먹는 거다. 그래서 우리 집 밥상은 항상 엄마와 아들의 전투장이 된다. ㅋㅋㅋ

엄마는 아들을 몰라.. 잔소리는 자꾸 아들이 멀리 가게 한다는 걸 모르는 거다. 

  아차 오늘 친구 같은 아빠 되기 책을 다 읽었다. 읽은 소감 든 일단 프렌디 육아 콘테스트의  미션이 1/3은 여기 아빠 김대중 따라 하기 같았다. 그리고 책의 나오는 아빠가 좀 이상했다. 아빠가 아니라 엄마 같은 아빠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의 1/3 이 아빠의 잔소리였다. 그걸 읽으면서 난 절대 잔소리하지 말아야지 다짐까지 했다. 대부분의 잔소리가 별로 도움이 될만한 것이 아닌 그냥 잔소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의 책을 읽을걸 하는 생각을 했다. 통계학을 전공한 사람, 좀 성공한 회사원의 책이라 그런지 사람을 계발하는 지식이 없어 보였다. 다행히 아들이 똑똑했으니 다행이었지 만약 잘 안되었다면 아마 성적 비관으로 아파트에서 뛰어내렸을 것 같았다. 

 잔소리로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건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니까 말이다. 책의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 넣은 거라면 정말 짜증스러운 일이다.

 책을 다 읽고 반품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헌책이 되어버린 이걸 버리자니 그렇고 누굴 줄까 생각 중이다.  그런데 이런 악평을 하고 누굴 주냐~

  아마도 우리 아들이 책의 주인공처럼 똑똑한 아들이 아니어서 일 것이다. 또 나도 좋은 대학출신의  부자 아빠가 아니어서 일 것이다. 아이의 진학 학교를 위해 파주에서 서울 중계동으로 이사한 부분에서는 극성스러운 부모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짓을 하고 있는 조카와 누나 생각이 났다. 우리 누나도 아들이 좋은 대학 나오고 성공하면 이런 책 쓰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 하나 걱정이 있다 이번 이 콘테스트 심사 위원 중에  혹시 김대중 씨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말은 못 바꾼다. 이젠 아들에게 잔소리는 그만 하셨으면 좋겠어요. 선돌이가 불쌍해 보였거든요.

 잔소리는 부모가 하기 제일 편한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절대 해서는 안될 방법이기도 하다. 잔소리를 하는 것보다는 매를 드는 게 더 효과적이고 교육적일 것이다. 


 오늘도 잠에 들기 전 아들에게 경고했다. 잔소리가 아니고 경고다. 내일 학교 가서 선생님 말씀 안 들어서 쪽지 건 이메일이건 편지 건 연락이 오면 한대에 눈물이 쏙 빠지는 강도로 10대를 각오해야 할 거다 아들~ 약간 코 웃을 치는 아들, 아빠가 살살 때릴걸 알기 때문일까? 알았어~라고 대답했다.

 아들이 이 글을 나중에 읽을 날이 된다면 아들 이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매를 드는 것보다 잔소리를 하는 게  더 쉽단다.  매를 들 때면 마음까지 아프니까 말이다. 네가 자식 낳아 길러보면 알 거다."

+ 친구 같은 아빠라는 책을 다 읽고 다짐한 것이 있다. 잔소리하는 아빠는 안할 거라는 거다. 그 대신 친구 같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겠지만  아빠는 친구가 될 수는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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