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곰 여행

내가 휴가만 잡으면 비가 온다

디디대장 2023. 5. 2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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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직원 하나가 휴가를 다녀온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 왜 휴가만 가시면 비가 오죠?" 그래서 "그래요 전 별로 비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어요"라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보니 정말 내가 휴가만 잡으면 날씨가 흐리고 비 온다고 날씨 예보가 나왔던 것 같다. 그런데 왜 휴가 가서는 별로 신경을 안 썼냐면 일기 예보가 자꾸 바뀌고 잘 안 맞는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휴가만 잡으면 비 오는 남자 / 이번에는 태풍 마와르가 온다

휴가를 떠날 때는 사실 정신적으로 힘들어서다. 여기 직장은 비영리 단체로 별로 유능한 직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그런 사람들이 이곳으로 흘러들어 오다 보니 성격 특이하고 일 못하고 인간관계 이상하고 도저히 다른 곳에서는 직장 생활 불가능 할 것 같은 사람들이 모인다. 당연히 월급은 적고 일은 많다. 일이 많다는 것은 앞에서 말한 유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빨리 일 처리를 할 수 없는 능력 때문이고 월급이 적은 것은 비영리 단체이므로 월급을 많이 줄 수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지내다 보면 자신이 유능하다고 착각하고 불평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떠나간다.

 이런 조직을 관리하는 나는 정말 스트레스가 말이 아니다. 척하면 척하고 알아듣거나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여기 직원들은 잘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 초등학교가 아닌데 "지각하지 말아라"부터 "자리 지켜라" 등등 잔소리를 하게 만든다. 일반 직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잔소리다. 일반 직장에서는 이런 잔소리가 필요한 직원이 존재 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내가 너무 지쳐서 휴가를 내고 떠나면 하늘도 슬퍼서 비가 온다. 다행히 내가 잠자고 있을 때 내리고 내가 활동할 때는 너무 덥지 않게 구름으로 해를 가려 준다. 그러다 맑아지면 정말 너무 좋은 일이라 별 불편 없이 여행을 마치고 복귀를 하는데 직원들은 내가 뭔 저주에 걸린 사람인 줄 아는지 저 사람 휴가만 가면 비가 온다고 참 이상하다고 하는 것 같다. 

태풍의 왼쪽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늦어지면서 나에게는 다행이다.

그런데 다음 주에 휴가를 내고 여행을 계획했는데 또 비 소식이다. 이젠 태풍까지 올라오고 있어서 일주일 동안 주시하고 있었다. 다행히 내 휴가 기간에는 태풍의 영향을 안 받는다는 기쁜 소식이 어제부터 나오고 있는데 문제는 그 태풍이 수증기를 한반도 남부에 공급해서 엄청난 비가 올 거라고 한다. 애석하게도 이번 여행지는 제주다. ㅋㅋㅋㅋ

 

난 또 휴가만 가면 비 오는 남자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내에게 말했다 우비와 장화를 준비하자 비 와도 잘 놀고 오자 비가 오건 말건 우린 간다. 

 

다녀온 후기 ㅋㅋㅋ

비가 제주도에 도착하니 계속 내렸다. 비행기 지연으로 첫날은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비도 오고 내일 하루종일 비가 온다는 날씨 뉴스였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나는 희망이지만 밤에만 내리고 해가 보일 거라고 믿고 잤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밤새 내렸다. 자다 깨어서 날씨를 보니 오전까지만 비가 온다고 소식으로 날씨가 변했다. 조금 희망이 보였다. 다시 자다 깨서 보니 이미 새벽인데 오전 10시까지만 온다고 한다. 

  아침 오전 8시 짐을 놓고 숙소를 나와 우산을 들고 성산일출봉으로 향했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아서 우산을 펼 일은 없었다. 온 김에 일출봉 정상을 올라갔다. 하산할 때까지도  햇살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우도에 갔을 때는 맑은 하늘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일주일 내내 비 소식으로 출발했었는데 기적같은 일이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발이 모두 화상을 입었다. 출발하기 위해 제주공항에 가는 길 다시 거짓말처럼 흐려지고 비 소식이다. 서울에 도착하니 제주는 또 비가 오고 있다고 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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