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쓴소리와 주식, 그리고 인생의 조화
사람의 본능은 참으로 묘합니다. 몸에 좋은 약이 쓰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막상 입안에 닿는 그 쓴맛에는 절로 얼굴을 찌푸리게 되니까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성장시키는 쓴소리보다, 당장 내 귀를 즐겁게 하는 달콤한 위로에 마음이 기우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은퇴를 준비하며 평생 몸담아온 업무를 정리하던 중, 뜻밖의 전화를 통해 저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전해 들었습니다. 10년 넘게 일한 직장에서 들려온 소리는 "하루 종일 앉아서 컴퓨터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점심시간까지 아껴가며 전산화와 행정 기틀을 닦아온 저로서는 참으로 허탈하고 억울한 평가였습니다. 행정 직원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그 쓴소리를 곱씹어 보았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제가 무엇을 하는지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효율과 성과에 집중하느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시간을 낭비라고 여겼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ISTP 특유의 성격대로 혼자 묵묵히 일하는 것에는 익숙했지만, 정작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데는 서툴렀던 것이지요. 결국 그 쓴소리는 제가 외면해 왔던 "관계의 부재"라는 성적표였던 셈입니다.
재미있게도 이런 인생의 이치는 요즘 빠져 있는 주식 시장과도 닮아 있습니다
. 40%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기쁨을 누리고 있지만, 시장은 언제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입니다. 누구는 거품이라며 하락을 경고하고, 누구는 더 큰 상승을 예고합니다.
문득 제 모습을 돌아보니, 저 역시 주식 시장에서 제가 듣고 싶은 소리, 즉 "계속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에만 귀를 열고 있었습니다. 쓴소리를 외면했던 직장 생활의 모습이 주식 투자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락의 경고라는 쓴소리를 무시하다가 예상치 못한 낭패를 보는 것과, 동료들의 서운함 섞인 평가를 무시하다가 은퇴 길에 씁쓸함을 느끼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맥락입니다.
인생도 주식도 결국 균형의 예술입니다.
내 방식이 옳다는 확신에만 갇혀 있으면, 주변의 소중한 신호들을 놓치기 마련입니다. 쓴소리는 단순히 나를 비난하는 소리가 아니라, 내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비춰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은퇴를 앞둔 지금, 저에게 들려온 그 씁쓸한 평가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는 귀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효율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사람과 섞이는 느긋함이 필요하고, 내 판단이 맞을 때일수록 반대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쓴맛 뒤에 찾아오는 건강함처럼, 이 깨달음이 제 제2의 인생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리라 믿어 봅니다.
주식 차트의 등락 속에 인생의 굴곡이 있고, 타인의 날 선 평가 속에 성장의 씨앗이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귀에 들려온 소리 중, 유독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쓴소리가 있다면 한 번쯤 가만히 곁에 두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것이 당신의 계좌를 지켜줄 신호일 수도, 혹은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할 진심일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