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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한 행동이 폭력이 됩니다.

by 야야곰 2026. 5. 22.

청계천 따라 걷다

 

  출근길 거리를 걷다 스치는 생각이 있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첫 번째 글 : 일방적인 배려와 사랑은 때로 폭력이 된다

[인간관계] 상대가 원하지 않는 관심에 대하여

살다 보면 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제는 퇴직 후 적적할까 봐 걱정된다며 한 친구가 불쑥 찾아왔습니다. 이미 지난 주말에 온종일 시간을 함께 보냈던 친구인데 말이죠.

사실 이 친구와는 삶의 태도나 가치관이 참 맞지 않습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토론이 되고, 서로의 주장이 강해져 싸움 직전까지 가기도 합니다. 60년 넘게 인생을 살다 보니 이제는 복잡한 인간관계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혹은 나만의 고요한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저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입니다. 굳이 누군가의 위로가 없어도 블로그에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합니다. 하지만 친구는 본인의 기준으로 저를 판단하고 '외로울 것'이라 단정 지어 찾아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교훈을 얻습니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관심은 때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믿는 복음이 아무리 귀하고 좋아도, 상대의 상황과 마음을 배려하지 않고 억지로 전하는 것은 진정한 전도가 아닐 것입니다. 명동 거리나 지하철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방적인 외침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게 됩니다.

맛있는 냉면도 싫어하는 아들에게는 독이 될 수 있듯이, 내게 좋은 것이 타인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확신은 위험합니다. 진정한 사랑과 배려는 내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먼저 살피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 글 : 사회 초년생 아들에게 전하는 '진짜' 예의와 고마움

[처세] 윗사람에게 칭찬하지 마라 :

 

한국말의 미묘한 온도 차

 최근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들이 부쩍 "한국말이 너무 어렵다"며 고민을 토로합니다. 직장에서 예의 바르고 성실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은 초년생의 마음이겠지요. 뉴스 시청을 방해받는 건 조금 아쉽지만, 인생 선배로서 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 주었습니다.

 

1. 감사의 말도 과하면 거절이 된다

 우리는 고마울 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지만, 때로는 그 말이 상대의 진심 어린 호의를 '거래'로 만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SNS에서 본 어느 어르신의 일화처럼, 돕고 싶어 도와준 행동에 학생이 대뜸 만 원짜리를 건넸을 때 느끼는 허탈함을 호소했습니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도움에 대해 지나치게 과한 보상이나 반복적인 감사를 표하는 것은, 한국 정서상 "이것으로 빚을 갚았으니 더 이상의 관계는 사양하겠다"는 절교의 신호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마음의 빚을 지기 싫어하는 현대인의 깔끔함이 때로는 정을 가로막는 벽이 되기도 합니다.

 

2. 윗사람을 향한 칭찬은 평가다

 가장 강조한 점은 연장자나 상사에게 "잘하시네요", "대단하시네요" 같은 칭찬을 남발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칭찬은 격려와 사랑이지만,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하는 칭찬은 자칫 '평가'로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이 풍부한 어른들은 새파란 후배의 평가 섞인 칭찬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쾌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윗사람이 도움을 주었다면 오버하는 칭찬이나 선물보다는 담백하고 진심 어린 "고맙습니다"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3. 은혜는 갚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

신앙인으로서 저는 '은혜'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도저히 갚을 수 없는 큰 고마움을 은혜라고 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 은혜를 빚이라 생각해서 어떻게든 교회나 하나님께 갚아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감히 하나님의 은혜를 갚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미련한 일인지 이제는 압니다.

 

 세상의 관계도 비슷합니다. 모든 것을 계산하고 갚으려 애쓰기보다, 때로는 상대의 호의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감사히 누리는 것이 진정한 예의일 때가 있습니다. 아들이 이 미묘한 마음의 결을 이해하고 조금 더 편안하게 사람들을 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