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기독교인으로 살면서 기도하면 하나님이 곧 응답하신다고 배워왔다. 아니 이게 믿음이고 신앙이라고 가스라이팅 당했다. 그런데 살아보니 정말 그런가?
"기도해도 환경이 바뀌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불신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 앞에서 정직해지려는 한 인간의 진심 어린 탄식이다.
기복신앙의 허상과 참된 기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본다.
이런 글을 쓴다고 기도응답이 없는 삶을 살아서 그런다고 할 기독인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난 누구보다 극적이고 분명한 응답을 받으며 살아온 한사람이라고 자부할 만한 경험과 하나님과 동행한 삶이 있다. 하지만 기적을 바라는 기도는 자신을 병들게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기적을 파는가 ]
평생을 기독교인으로 살았다. 수만 번 기도를 했고, 수많은 간구를 올렸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상황이 바뀌는 기적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간절히 기도한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난 위기기 기회가 되는 결과를 경험했지만 그건 기적과 같은 응답은 아니다.
그런데 교회에 가면 분위기가 다르다. "기도하면 다 응답하신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마치 금방이라도 하늘에서 기적이 뚝 떨어질 것처럼 이야기한다. 심지어는 그걸 '믿음'이라는 근사한 말로 포장해서, 기적이 안 일어나는 건 네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사람 가슴에 대못을 박기도 한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나는 이게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 기적을 믿음으로 위장하는 장사꾼들 ]
우리네 삶은 녹록지 않다. 지하철에 낀 채 출퇴근하고, 자식 학원비 걱정하고, 무거운 몸 이끌고 하루하루 버티는 게 우리네 일상이다. 그런데 이런 일상의 고단함을 해결해 줄 기적을 미끼로 삼는 건 신앙이 아니라 장사다.
하나님을 무슨 요술 램프 거인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것, 기도만 하면 만사형통할 것처럼 말하는 것... 이건 신앙을 위장한 기만이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현실을 믿음이 없어서라고 몰아세우는 건,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교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 그럼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 ]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데도 왜 기도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기도는 내 소원을 하나님께 관철시키는 '주문'이 아니라, 이 험한 세상에서 나를 붙드는 '버팀목'이라고 말이다.
- 첫째, 상황을 바꾸는 기도가 아니라 나를 바꾸는 기도를 해야 한다. 환경은 바뀌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환경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바뀌고, 그 고통을 견뎌낼 힘을 달라고 기도하는 거다.
- 둘째, 하나님을 설득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에 나를 맞춰야 한다.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떼쓰는 기도는 이제 그만하자. 그건 어린아이의 투정이다. 대신 "이 상황 속에서 내가 무엇을 배워야 합니까?"라고 묻는 게 성숙한 중년의 기도 아니겠나.
- 셋째, 정직한 탄식을 쏟아놓아야 한다. 기적 안 일어난다고, 힘들다고, 하나님 대체 어디 계시냐고 솔직하게 소리쳐도 된다. 그 정직한 탄식이야말로 가식적인 "믿습니다!"보다 훨씬 더 하나님 마음에 합한 기도일지도 모른다.
[ 기적보다 더 큰 기적은 견디는 힘이다 ]
어쩌면 우리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버티고, 남들에게 차가운 말 한마디 안 던지려 노력하며, 가족을 위해 땀 흘려 일하는 그 자체가 기적인지도 모른다.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지고 병이 씻은 듯 낫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다.
나도 여전히 따뜻한 말 한마디 하는 게 어렵고, 교회 안의 부조리를 보면 화가 난다. 하지만 기적 같은 응답이 없어도 나는 기도를 멈추지 않을 거다. 그저 "오늘 하루도 비겁하지 않게 살게 해 주십시오"라고 읊조릴 뿐이다.
지구 평화가 나로부터 시작된다면, 그건 요란한 기적이 아니라 내 작은 기도의 습관에서부터 시작될 거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