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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선물 전하기 참 힘들다. 인사할 곳은 많고 돈은 없고 직장에서 추석 잘 보내기도 만만치 않다.

디디대장 2022. 4. 2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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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선물 전하기 참 힘들다. 인사할 곳은 많고 돈은 없고 직장에서 추석 잘 보내기도 만만치 않다.

 내가 어떤 직장을 다니건 직장이 추구하는 목적을 잘 처리하기 위해 직장은 많은 사람을 고용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을 통제할 이유가 생기게 되었고 원칙이 필요해져서 사칙도 만들고 규정과 규칙 등등 마구 만들어 업무에 개인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

 이는 개별적 판단 때문에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담당자가 교체될 때마다 일관성 없이 집행되는 일들을 싫어하기 때문에 사람이 아니라 원칙이 자리를 지키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사람은 교체되는 부속품으로 취급받게 되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고 아주 슬픈 일이다.

 그리고 어제는 너무 사무적이고 차가워져 가는 나를 보았다.  실망이다. 아직도 이 모양이라니 젊었을 때는 "젊으니까, 경험이 부족하니까",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50 중반의 나이에 이건 아닌 것 같다.

  주변 학교의 용역 경비들에게 주말에 주차장 사용으로 항상 우리 때문에 고생하신다고 추석 인사로 상품권 선물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한 학교 경비 숫자가 잘못 보고 되어서 한 분이 빠졌다는 것을 담당자가 알았다. 그리고 추가할까 말까를 고민할 때  난 너무나 차갑게 이미 집행한 것이니 다음에 추가해 주자고 했다. 너무 사무적인 거다. 너무 차가운 결정이었다. 남에 대한 배려나 사랑은 찾아볼 수도 없는 결정이었다.   

 오늘 출근하는 지하철에 있을 때 그 학교 경비로 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사람은 3명인데 두 개만 주셔서 누가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다. 그러니 이왕 주시는 거라면 한 사람을 추가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이었다.  그때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너무 차가워져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던 거다.

 한편으로 이런 업무 처리는 깔끔하다고 칭찬을 받을 수 있고 원칙이 있는 행정력이라고 때때로 극찬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칭찬을 위해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거나 아프게 하는 것이 된다면 결코 잘하는 것이 아니라고 난 생각한다.

  왜냐면 모든것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좋은 제도를 만들고 규칙을 만드는 것도 모든 사람이 불평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고 기업이 생산품을 만드는 것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 필요한 것을 만드는 것이니 말이다.

  직장에서 깔금한 원칙에 따르는 업무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마음을 다치게 하는 진행은 멈춰야 하는 거다. 좀 느릴지라도 좀 답답할 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경비의 숫자를 잘못 안 것이 아니었다. 정확하게 보고 되었고 전달하도록 지시했으나 중간에 담당자의 실수로 한 장이 모자라게 된 거다. 그리고 나에게 와서 허위보고를 한 거다.

 경비원이 한명 더 늘어났다고 물론 정확하게 밝혀내고 문책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그냥 웃어 넘기기로 했다. 이유는 그분이 분명 드릴만한 분에게 드렸을 거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남 모르게 고생하는 분들이 많고 인사할 곳도 많다. 풍요로운 한가위 되라고 선물과 고마움을 전하는 건데 이걸 문제 삼고 정확하게 하겠다고 야단을 떨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그냥 지나가기로 했다. 

 그냥 실무자의 판단을 믿고 처리할 거다. 왜냐하면 그게 맞는 판단이고 행동일 거니까 선물을 전하는 과정에서 서운한 사람이 생기면 주는 것만 못한 결과가 생기는 거니까 말이다. 

 어떤이는 허위 보고와 횡령(유용)을 왜 모른척 덮냐고 할거다. 이유는 비용대비 큰 이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일로 다음 설에는 더 철저하게 처리할거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추가된 한명까지 넣어서 잘 인사할거다.

 넉넉한 추석 한가위가 되기를 모두에게 소망해 본다. 정치권이 추석에도 시끄러울 것 같다. 자녀의 입학 문제로 자격이 있냐 없냐 책임이 있다 없다 말도 많을 거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로 추석을 보낸다면 우리는 참 비극적인 삶을 사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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