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캠퍼스, 멈춰버린 청춘 시계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었지만, 아들의 눈빛은 마치 길 잃은 아이처럼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텅 빈 캠퍼스, 멈춰버린 청춘 시계. 코로나가 할퀴고 간 상처는 깊고도 컸습니다. 85학번인 제 대학 시절, 격랑의 시대 속에서 불안하게 흔들렸던 청춘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젊음은 늘 격렬한 파도 앞에 놓여있는 것일까요.
목표 없이 흘러간 대학 생활, 그 텅 빈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아들은 알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보았지만, 부모의 역할은 미약했습니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의 고민을 외면했던 시간들, 등록금과 용돈이면 부모의 책임을 다했다고 착각했던 겁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그런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인생이라는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는 부모 세대의 고단함,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 그리고 주인공 남자인 양관식의 삶은 아버지의 무게를, 문학소녀 오애순의 삶은 어머니의 헌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고스란히 제 부모님의 모습이자, 제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이와 부모는 함께 성장한다"는 드라마 속 대사는 가슴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부모로서 처음 겪는 시행착오들,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배우는 삶의 지혜.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거울이 되어 함께 성장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대 아들은 이 드라마를 지루하다고 말했지만, 중년의 저는 드라마 속 인물들의 삶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경험한 후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는 것처럼, 드라마는 중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생의 축소판이었습니다.
다시 아들의 이야기로 돌아와, 저는 아들에게 건강한 몸과 마음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인생의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튼튼한 닻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성공은 그 이후의 문제입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테니까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아들에게 저는 매일 걷기를 권합니다. 걷는 것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명상입니다. 하루 5~10km를 꾸준히 걷다 보면, 숨이 가빠오던 계단도 어느새 편안하게 오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굽었던 허리는 펴지고, 멈춰있던 생각의 시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음악은 잠시 멈추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걸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걷는 동안 떠오르는 생각들을 붙잡고,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걷는 것은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해답을 찾을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니까요.
아들아, 지금 당장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 걸어보렴. 걷는 동안 너는 너 자신과 마주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 마주침 속에서 너만의 길을 찾게 될 거라고 믿는다.
아들아, 세상이라는 넓은 캠퍼스에서 다시 배우렴
그리고 아들아, 책상 앞에 앉아 막막한 미래를 고민하기보다 세상이라는 넓은 캠퍼스에서 다시 배우는 건 어떨까?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너만의 길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대학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을 세상은 가르쳐줄 수 있단다. 너의 가능성은 무한하단다. 멈춰버린 청춘 시계는 다시 움직일 수 있단다. 아들아, 다시 한번 힘차게 뛰어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