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곰 일상

삶/ 나이 들어간다는건 고마운 사람이 쌓이는거다.

디디대장 2013. 3. 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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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가림이 심한 나는 인사성이 없다. 외형적인 성격이 아니라고 위안을 해보고 속이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해보지만 인사성 없는 게 맞다. 

 또 살면서 그리 고마운 일을 당해 본일도 없는게 사실이다. 별로 고마운 일이 없었다는 게 아마도 인사성이 없다는 증거일 거다. 

 

남이 나에게 베풀어준 배려를 감지 못하는거다. 또 내가 남에게 베풀어준 일도 잘 기억 못한다. 그래서 가끔 인사성 밝은 사람이 날 보고 "고마웠어요" 하면 뭔 말이지 하고 멍해진다. "뭐가 고맙다는 건지..." 하면서 그냥 지나간다. 기억이 안 나니 말이다. 뭔가 바라지 않고 도와주는 게 습관이라 그런가 보다. 난 기억 못 하는데..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모르는 경우다. 

 

 생각해보면 내 주변의 사람들은 사실 나에게 고마운 일이 많다. 왜냐면 컴퓨터를 공짜로 잘 고쳐주고 스마트폰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니 말이다. 한번 안면 있는 사람이면 몇 년 만에 전화를 해도 다 도와준다.

 

 어제 일이다. 친구 하나가 저녁 때쯤 전화해서 울 아들 중학교 가는데 가방하나 사주겠단다. 아니 왜~, 니가~, 니 딸에게나 잘해하고 끊었다. 사실 그 친구는 가난한 친구였다.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자식 고맙긴 뭐가 고맙다는 건지...." 그동안 친구로 있으면서 내 알게 모르게 신경 써준 일 때문인가! 아~ 몰라 출근해야지 하고 밤 길을 나셨다. 

 

  하지만 이 친구 참 눈치 없다. 새벽에 근무하고 들어 와서 점심 때 겨우 잠들었는데 전화가 와서 안 받았다. 너무 피곤해서 그런데 한 5~6번을 울리게 하는거다. 자기는 연휴라 한가한 모양이다. 공휴일. 토요일, 일요일 3일을 휴니 여유가 있나 보지만 난 공휴일, 토요일, 일요일 다 출근해야 한다는 걸 아는 친구가 이런다. 그것도 새벽에 근무하고 와서 피곤해서 겨우 점심에 두 시간 정도 잠을 자려고 잠든 지 조금 지났을 때였다. 

 

 그리고 저녁 때 다시 전화가 온 거다. 아니 나중에라도 전화하지 말지.. 눈치가 없다. 내용인즉  아까 미안했단다. 와~ 진짜 성격 폭발이다. 마구 쏘았다. 핵탄두가 있었으면 미사일 쏴 버렸을 거다. 

 

 그냥 그럴 때는 나중에 연락하던지 열받아서 겨우 또 야간 근무하려고 출근 준비하는데 전화를 하다니 눈치가 없던지 일부러 이러는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일로 친구 사이 끊는 것도 아니고 거참 이 친구 때문에 내가 참 힘들다. 

 

 

 그러고 있는데 오래전에 근무한 직장동료에게서 카톡으로 사장님 내외분 사진을 보내왔다. 은퇴하고 오랜만에 근무지를 찾은 모양이다. 

 

 

 

지나고 보니 고마운 분이다. 또 나이가 드셔서 더욱 그렇다. 

 

나이가 들어간다는건 고마운 사람이 쌓여가는 것인가 보다. 주변에 젊었을 때 모르던 고마운 분들이 자꾸 보이는 걸 보면 말이다. 

 

중년의 남자 봄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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